바람이 붑니다. 도솔산이 까르르 웃어 젖힙니다.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제 몸을 뒤집는 게 아니라, 나뭇잎이 어서 와 어서 와, 손 까불어 바람이 이는지 모릅니다.선운사 극락전 처마 끝에 풍경(風磬)이 매달려 있네요. 그 풍경에 물고기 한 마리 매여 있고요. 출처를 모르는 바람처럼 가는 곳을 모른 채 평생 헤엄치는 저 물고기, 어디서 온 어떤 바람이 어디로 밀어 대는지 알고 싶었겠지요. 티끌 한 점 없는 허공에 뜬 저를 흔들고 가는 것이 어떤 연(緣)인지,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싶었겠지요. 제 눈꺼풀을 잘라버렸습니다.몸도 없고...